
다만 지금은
지난 몇 년간
그리운 것을 그렸다. 보고 싶은 것을 보려고.
나에게는 그 과정이 그리움을 견디는 시간이자 명상이었다.
그리고 그림을 보는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.
지금은 다행이
아무것도 그리워하고 있지 않다.
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흘려 보내려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.
모두가, 각자
버티고 견디는 시간, '다만 지금은 겨울일 뿐이다.'
그리고 이 밤 홀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당신만은 아닐 것이다.
봄은 이 산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이 산을 떠나는 것도 아니었다. 봄은 늘 거기에 머물러 있는데, 다만 지금은 겨울일 뿐이다. - 김훈, 자전거 여행